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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의 풍경

일본에서 여인을 만나다

 

 

지난 8월초 다녀온 일본 여행은 많은 추억을 선물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중 새록새록 기억에 남는 건 아름다운 여인과의 인연, 그리고 음주가무가 아닐까.
나는 이번 일본여행에서 운좋게도 이 두가지를 모두 껴안을 수 있었다.
음주가무는 도착 첫날밤 사가시에서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첫날 취재를 마치고 미지의 땅에서 맛보는 흥분과 홀가분함이 교차하는 으슥한 밤.
사가시 공무원, 통역, 사진기자, 도청파견공무원, 그리고 나를 포함 5명이
일본식 술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 술집은 1인당 1000엔(1만3천원)만 내면 코스요리에다 2시간동안 각종 주류가 무한리필된다.
(언젠가 서울에서 한번 가본적이 있다.)
들뜬 기분에다 평소 즐겨하는 술을 만나니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더구나 공복에 알콜이 흘러들어가니 금새 몸은 달아오르고 술은 꿀맛보다 더 달콤했다.
나머지 일행 4명은 미지근한 기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은근한 조명아래 다양한 종류의 술맛에 깊숙이 빨려들기 시작했다.
난생 이렇게 황홀하게 술의 유혹에 감겨든 적은 처음인 것같다.
어느새 2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술집을 나와 2차 칵테일빠로 옮겼다.
거기서 몇잔을 더 마시고, 통역이 3차를 제안했다.
3차 술집은 비좁은 홀에 탁자가 3개정도 놓여 있고 30대 도우미가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
일본술집의 공통점은 조명이 아록달록하며 흐리다는 것.
그 술집은 벽에 노래방 화면이 설치돼 흥이 나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마도 일본식 노래방이 아닌가 싶다.
술에 적셔진 뇌는 흥이 부풀어 올라 가무를 아니할 수 없었다.
그래서 평소 왕음치임에도 팝송을 여러곡 불렀던 것 같다. 그리고 통하지 않는 언어로 도우미와 히야까시를 했던 것 같다.
그날 밤은 wonderful, great, fantastic 그 자체였다.
그렇게 아쉬운 사가시를 뒤로 하고 오사카로 이동했다.
오사카 취재를 마치고 친분이 있는 일본인의 안내로 시내 어느 술집에 들어갔다.
그 술집도 사가시에서 머물렀던 스타일의 술집이었다.
다만 사가현과 달리 오사카 대도시에 위치해 분위기가 도회풍인 점이 달랐다.
조명도 환하고 일행도 엄숙한 스타일이라 술발이 잘 받지 않고 터덕거렸다.
그런데, 한순간 나를 엄습해오는 뭔가가 있었다.
서빙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미모가 너무 내 취향인 거였다.
한눈에 반해버린 나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몸이 마비된 채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너무나 믿기지 않은 몽환속의 달덩이같은 얼굴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그녀와 기념사진을 한컷했다.
내가 한 20년만 젊었어도 일본에 그대로 남아서 남아의 큰 뜻을 이뤄보는건대.
참으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