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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의 풍경

오늘 금당산에 오르다

 

오늘 금당산에 오르다

 

오늘 2월 5일 모처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데리고 집 근처 금당산에 올랐다. 설 연휴동안 방안에서 먹고 뒹굴기만 했더니 몸도 찌뿌둥하고 날씨도 화창해 운동삼아 산공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아들은 산에 가는 날이면 서둘러 간식부터 챙긴다. 오늘도 참치김밥을 사가지고 가자며 조른다. 아파트 바로 앞 상가에서 참치김밥 두줄과 또 다른 슈퍼에서 생수2병을 사가지고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날씨는 언제 그랬냐 싶게 칼바람이 걷히고 포근하게 풀려있었다.

태현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등산로에 들어서니 회색빛 도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당산은 북고남저형의 산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우리집쪽(진월동)에서 오르면 계곡이 깊고 능선이 가팔라 약간의 고통이 수반된다. 그래서 직선코스보다는 비스듬하게 올라가는 우회코스를 택했다.

그런데 그 길은 숲이 듬성지고 햇볕이 잘드는 곳이라 눈은 녹았으나 대신 무른 길로 변해 질척거리는 게 마음에 걸렸다.

산속에 들어오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볍고 순해진다. 나는 산에 있을 때면 원시인들의 생활을 떠올려 보곤한다. 석기시대 원시인들은 대개 산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들은 거의 반라차림으로 채집과 사냥을 하며 단순한 경제생활을 영위했을 것이다. 또 밤이면 달빛아래서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다. 온 천지가 고요한 한밤중 바위틈새에서 나누는 사랑의 대화는 얼마나 짜릿하고 감미로웠을까.

이러한 산중생활은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선조의 삶의 터전이었다. 도시나 평지에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경우가 더 많았으나, 산속에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문명인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산에서 살지 않는다. 산은 그저 등산을 하거나 약초를 캐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는 장소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원시인의 피가 흐르는지 산속에 있으면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평화롭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도착했다. 아들과 나는 그곳에서 잠시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고나서 다시 반대편 팔각정 쪽으로 산행을 계속했다.

금당산은 기와집처럼 옥녀봉과 팔각정 정상이 양쪽에 용머리인양 우뚝 솟아있어 대부분 이 두 곳을 오르게 된다. 팔각정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잔설 때문에 길이 미끄러웠다.

그렇게 20여분을 오르니 마침내 팔각정 정상에 도착했다. 한눈에 남구와 서구 일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모처럼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는 도시의 모습이 색다르고 아름다워 보였다. 불어오는 바람결이 봄기운을 품고 있는듯 부드러웠다.

바위에 걸터앉아 아들과 함께 참치김밥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아들과 식도락을 곁들인 즐거운 대화시간을 보내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직선코스를 택했다. 하지만 계곡속 그늘진 곳이라 길이 빙판이었다. 아들과 나는 몇차례 엉덩방아를 찧고서야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올해는 나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아들과 더욱 친해지기 위해서 자주 산에 오를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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