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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의 풍경

[시선집중 이 사람]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국장

폐간 아픔 등 겪고 22년째 현장 지켜
[시선집중 이 사람]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국장
2010년 12월 31일 (금) 14:38:35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국장  
 
유년시절 감수성으로 시집 펴내고
주경야독 3년만에 박사 수료하기도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의 손에는 항상 펜이 들려 있다. 기사 쓰고, 데스크 보는 틈틈이 착상이 떠오르면 메모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시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버릇이다. 그는 복사꽃과 감꽃이 눈 날리던 과수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남다른 시적 감수성을 키웠다.

2002년 첫 시집 ‘길은 맨 처음 간 자의 것이다’를 시작으로 ‘어머니의 강물’(2003년), ‘노천카페에서’(2008년) 등을 펴냈다. ‘노천카페에서’를 읽은 김준태 시인은 “자신 내면의 상처랄까 혹은 세상의 상처도 공유하려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로 아름답다”고 평했다. 그는 2012년쯤 4번째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편집부에서 기자생활의 첫발을 뗀 그는 “제목 뽑을 때 기사를 함축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시적 상상력이 매우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시는 편집뿐만 아니라 기사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는 현상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꿰뚫어보는 데 효과적인 발견법이에요. 겉으로 드러난 형체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원형을 들춰내 재구조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회현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죠.”

시만 쓰는 게 아니다. 박준수 부국장은 최근 광주·전남 지자체들의 브랜드 관리 실태를 분석한 책 ‘지역의 미래, 브랜드에 달렸다’를 출간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저술지원에 선정된 이 책은 광주·전남 29개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브랜드 담당자를 대상으로 2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를 실시해 브랜드 관리실태를 분석, 문제점을 도출해내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009년 초엔 ‘지방도 잘 살 수 있다-녹색성장시대 광주·전남이 가야할 길’을 내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마케팅전공)을 수료했다. 정치경제부장을 맡고 있던 터라 쉽지 않았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 3년 만에 어렵게 끝마쳤다. 주말이면 가족들의 원성에 시달렸고, 쉬는 날 없이 강행군을 한 결과 몸에 이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공부를 안 하면 좀이 쑤실 정도”라고 말했다. “운동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꾸준히 연습을 하는 것처럼 기자도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선 매일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해요.”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에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 4년간 공원생활을 하다가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기억도 깔려 있다.

1988년 무등일보 공채 1기로 언론계에 입문한 그는 1991년 광주매일로 옮겨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일하다가 2001년 광주매일이 폐간되면서 기자를 그만둬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듬해 복간된 광주매일에 복귀해 올해로 기자생활 22년째,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했다. “다른 직업과 비교해 기자는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죠. 자기의 개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요.”

박준수 부국장은 1993년, 외근기자 초년병 시절을 잊지 못한다. “당시 노동운동이 매우 치열했어요. 노동운동현장에서 노동자들과 부대끼며 취재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번은 장애인 부부가 체불임금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어요. 기사가 나간 다음날 어느 독지가가 그들 부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는 젊은 시절 현장에 밀착해서 땀 냄새 나는 기사를 많이 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지천명’을 넘긴 그에게 할 일은 많다. “현직에 있는 동안 그늘진 구석과 외롭고 약한 이웃들을 많이 생각하면서 제작에 임할 작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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