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역량] 도심 차량진입 통제 ‘보행자의 천국’
지역의 창조역량을 키우자
<10>영국 버밍엄의 어메니티
광장·공원·성당·기념물 조화 쾌적성 돋보여
시민들 외지인에 친절, ‘컨벤션 도시’ 자긍심
입력날짜 : 2011. 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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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버밍엄의 어메니티는 어느 수준일까.
인구 100만명의 버밍엄은 도심에 운하가 흐르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어메니티를 제공하지만 공원과 성당, 기념물이 곳곳에 조화롭게 배치돼 있어 쾌적성을 높여주고 있다.
버밍엄은 시청이 자리하고 있는 빅토리아광장을 중심으로 가로망이 잘 정돈돼 있는데 도심 중심부는 보행자를 배려한 전용인도가 넓게 확보돼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브린들리지구, 뉴스트리트지구, 불링지구 등은 상가와 레스토랑, 사무실이 밀집한 번화가인데도 차량이 지구내로 들어오지 못하록 돼 있어 보행자들이 한가롭게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가로와 가로가 만나는 곳마다 광장이 있고 그곳에는 예술조형물이나 기념비, 조각상, 분수 등이 설치돼 있어 도시의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대표적인 곳이 시청과 시의회, 시립미술관, 중앙도서관 등이 한데 모인 빅토리아 광장이다.
중앙도서관 광장 계단에 투표함과 A4크기 동판, 그리고 한 남자가 비스듬히 누워있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동판에는 모두를 위해 투표(votes for all), 변화에 대한 요구(demand for change),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자유무역(free trade), 번영(prosperity), 개혁(reform), 부흥(restored) 등 메시지가 적혀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스미스와 비교우위론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카르도를 배출한 나라답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번영을 갈망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 조각상 옆에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성당모양의 조형물이었다. 성당을 축소한 모형과 분수가 하나로 연결된 이 조형물은 다름아닌 1873년부터 1876년까지 시장을 지낸 죠셉 챔벌린(JOSEPH CHAMBERLAIN)의 기념비였다.
기념비의 비문을 읽어보니 그는 1869년에 시의회의장에 선출되었고 1873년 11월에 시장이 되어 1876년 6월 영국 의회의 버임엄 대표가 되자 사임했다. 그는 시장재임중 탁월한 능력과 헌신으로 가스와 상수도를 건설하는 등 주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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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비에는 1940년 8월8일부터 1943년 4월23일까지 365회의 공습경보발령과 77회의 실제공습으로 9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중 2천24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기록돼 있다.
버밍엄의 어메니티를 느낄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성당이다. 유럽국가 어디에서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성당이긴 하지만 버밍엄 성당은 시민들에게 개방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버밍엄은 2차대전 당시 공습으로 많은 건축물들이 파괴됐지만 아직도 상당수 역사적 건축물이 남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보존되고 있다. 1879년에 완공된 르네상스 양식의 시의회건물을 비롯 1891년에 건립된 중앙우체국, 1715년에 완공된 영국 바로크건축의 하나인 성 필립스 성당, 12세기에 건축됐다가 1875년에 재건된 성 마틴성당, 1867년에 지어진 물레방앗간 등 23개의 문화유산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있다.
외지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버밍엄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앞자리에 앉은 한 여학생에게 “다음역이 버임엄버스터미널이 맞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맞다고 하면서 자기도 그곳에 내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택시에 직접 동승해서 호텔까지 안내하는 친절을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다이아나(Diana)이고 버임엄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는 1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음날 시청앞 광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불록씨(David Bullock·70)는 가볼만한 곳을 일일이 알려주는 자상함을 보였다.
이는 버밍엄이 유럽 최대 컨벤션도시로서 시민들이 외지인들에게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친절을 베푸는 행동이 몸에 밴 것처럼 보였다.
창조도시는 도시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는 하드브랜딩(Hard-Branding)과 함께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Soft-Branding)가 조화를 이룰 때 성공을 거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얼리 쿼터
250년 역사…영국 보석 40% 생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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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버밍엄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곳이 쥬얼리 쿼터(Jewellery Quarter)이다.
도시의 중심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쥬얼리 쿼터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으로 400여개의 보석가게를 중심으로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쥬얼리 쿼터의 역사는 2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여개 건물들이 밀집한 문화재보존지구는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조차 좀처럼 보기 힘든 문화유산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독특함을 바탕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중이다.
쿼터는 성바울 성당을 둘러싼 고요함속에 세공품가게와 화랑이 모여있는 조지광장을 아우르고 있다. 오늘날 쥬얼리쿼터는 영국 보석의 약 40%를 만드는 주요 거점이다.
방문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오랜 쥬얼리공장을 기초로 세워진 쥬얼리쿼터 박물관이 있다. 쥬얼리쿼터의 역사는 물론 보석가공에 사용되는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19세기 세계 펜생산 중심지로서 쿼터의 명성을 반영한 펜박물관(Pen Museum)도 가볼만 하다.
쥬얼리 쿼터에서 쇼핑은 필수이다. 고전적이고 아름다운 수제보석을 만드는 100여 개의 전문상가들이 ‘당신만의 디자인을 주문해보지 않을래요?’라고 손짓한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개별 디자인너들이 제작한 보석과 시계는 분명 특별한 것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쿼터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보석 감정사무실들이 포진하고 있어 매년 500만개 아이템의 품질을 보증한다.
이곳에는 국제 보석학교가 있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학생들이 쿼터에서 만날 수 있다. 빅토리아 스트리트에 위치한 보석학교는 1994년에 완전 새단장을 통해 상을 수상한 건물이다.
쥬얼리 쿼터는 2차대전 이후 첨단기술의 충격과 고임금, 높은 임대료로 인해 보석산업의 침체에 직면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자신만의 디자인, 품질, 독특함과 패션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창조하는 곳으로 재포지셔닝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쥬얼리쿼터는 이러한 장소의 매력을 바탕으로 창조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흥미진진하고 활기넘치는 장소에 민감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어 창조도시(a creative urban village)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영국 버밍엄=박준수기자jspark@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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