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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기억, 폭력의 시대

기억, 폭력의 시대


 

광야 외딴집 겨울 칼바람이 탱자울타리를 뚫고 달려들고 있었다
검은손이 누이의 머래채를 끌고 마당으로 나와 내동이쳤다
쓰러진 누이를 붙들고 어린 형제들은 엉엉 소리내어 울며
누이의 통곡소리에 함께 무너져 내렸다
두엄속 같은 어둠속에서 깜박이는 별빛이 눈물처럼 땅바닥을 적셨다
시퍼렇게 얼어붙은 나무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이들은 일어나 갈퀴를 들고 검은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투박한 검은손이 아이들을 후려쳤다
피가 튀고 비명소리가 광야를 메아리쳤다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다만 어린 가슴에 외로움이 물밀 듯 차올랐다
잔잔한 바다위에 둥둥 떠가는 나를 달빛이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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