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안에서
아직 미명(未明)이 걷히지 않은 거리에
길을 나선 사람들이 만원버스에 오른다
한 척 높이 계단을 딛고 서면
쪽방같은 세상은
서 있는 사람과 앉아 있는 사람이 평등하고
높은 자리도 그리 탐나지 않는다
떠밀려가는 창밖 풍경은 어제와 변함없지만
부평초처럼 흔들리는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길항(拮抗)하는 법을 배운다
아무 말 없어도 서로의 눈빛만으로
마음과 마음이 모아져
더러 쏟아지는 동전을 서로 서로 주워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양심 사랑방
빈 자리 서로 양보하며 제 설 자리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미덕이 하루 살아갈 힘을 북돋는다
정거장마다 문이 열리면 보석같은 사람들이 쏟아져
세상은 오늘도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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