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을 밟으며
-2.16 빛고을산들길 6구간에서
겨울 들길을 걷는다
피 묻은 동학군 깃발 들고
맵찬 칼바람에 옷깃 여미며
눈송이 휘몰아치는 용전 들녘 내딛는다
청보리밭 둑길을 걸어, 갈대 서걱대는 냇가를 지나
‘정성머리들’, ‘한장들’ 가슴팍을 밟으며
까마귀 전설이 어린 비아 땅 향해
한발 한발 서릿발 밟으며 간다
겨울 궁중산은 구들장을 짊어진 듯 무겁게 가라앉고
영산강은 산그늘을 안고 굽이굽이 휘도네
변방으로 떠밀려 떠밀려 퇴적된 대지여
잠든 우리들의 꿈 마냥
깊은 수심 말없이 흐르는 강물이여
더께 낀 묵은 흙은 제 속살을 열고
머잖아 봄을 피우겠지
겨울 쓸쓸함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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