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교에서
봄날 어머니가 타고 간 버스는
흔드는 손 너머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렸다
광주로 가는 신작로 길은 늘상 흙바람 불고
눈 시리게 흰 아카시아 꽃은 달콤하게 익어갔다
허기진 들판에 황달처럼 웃는 낮달
나는 산동교 지나는 버스를 꿈속에서 본다
황룡강에 걸터앉아 강물만 바라보는 산동교
저 멀리 오는 버스에 누가 탔을까
나는 집 마루에 걸터앉아 산동교만 바라본다
가슴에 피어오르는 얼굴이 낮달처럼 부끄럽다
어머니가 떠난 신작로 길엔 이제
흙바람도, 버스도 오지 않는다
아카시아 꽃도 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