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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고향집

고향집

박준수

 

달빛 아래 감나무 그림자 서성이는 그곳으로
탱자울타리 사이 바람은 여전히 귓가에 분다
봄이면 연초록 솔 순과 아카시아 꽃 따먹으며 걸었던 등굣길
무리지어 가다가 흙바람도 맞고 물수제도 뜨던 그곳으로
늙은 농부가 소달구지를 타고 세월의 언덕을 넘는다
흰 구름 둥실 떠가는 하늘과 해맑게 웃음 짓던 물개방죽
청보리 온 들판에 물결치는 여름날 뻐꾹새 울음소리
뽕잎 따는 처녀 가슴에 스며드는 그곳으로
오뉴월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 따가운 햇볕에 어머니 얼굴은 노랗게 물들고
통통히 살 오른 과수원 능금이 붉으스레 익어간다
가을날 아버지의 곳간 문이 삐걱 열리면
들녘의 땀과 수고가 한 섬 한 섬 쌓이고
마을은 더욱 부산하고 장날은 흥겨운 잔칫집이다
양철지붕과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내리면
탱자 울타리를 뚫고 온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작고 오래된 창문을 두드리는 그곳으로
그리운 얼굴들이 다시 모이는 그런 날이
언젠가 꿈처럼 오리라 오리라.

 

<약력>
전남대 경영학박사
2002년 첫 시집발간으로 등단
『푸른길 주점』 외 시집 4권 발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 2편 게시
현재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매일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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