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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경전선 연가

경전선 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느림보 열차 경전선 철마
광주 효천역에서 순천역까지 2시간의 호젓한 여정에 나섰다
어린시절 외갓집 화순 도림을 가던 철길 그대로
반세기만에 하모니카 닮은 객차에 오르니
동심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철마는 덜컹거리며 남도 들판을 가르마를 타듯 달려간다
차창 밖으로 5월 신록이 풋풋하게 솟아 오른다
청보리도 유채꽃도 쭉쭉, 덩달아 내 어깨도 들썩
초목들이 푸른 하늘을 향해 야호~ 외친다
기차는 100년 전 그대로 고샅길처럼 좁은 산기슭을 따라
나선형을 그리며 느릿느릿 행진한다
가까이 고개를 내민 연초록 나뭇잎이
얼굴을 감싸듯 보드라운 느낌이 살갑다
철길은 지평선에 닿을 듯 말 듯 낮게 흘러간다
민초들의 삶이 올망졸망 꿈틀거린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보리밭 사이로 모내기 준비가 한창
물 논에는 회오라기 한 마리가 먼 산을 응시하며 명상중이다 
철길이 만든 경계선에는 손바닥만한 둠벙, 반듯하게 벌초된 묘지,
연분홍 꽃 만개한 과수원이 비밀의 화원처럼 아름답다
들판에 메아리치는 기적소리
하모니카 소리마냥 잃어버린 추억을 반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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