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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들과 금당산에 오르다

동산에 올라

 

 

막내 아들과 함께 모처럼 금당산에 올랐다. 겨우내 추운 날씨 때문에 방안에 웅크리고 있었더니 체중이 불고 기분도 가라앉아 산에 오르기로 맘먹었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니 바람끝이 매섭다. 그래도 날씨가 화창해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이다. 산입구에 이르니 구구구구 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봄이 가까워오면서 짝짓기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개울물 소리가 청아하다.
산속은 겨울이어도 도시와는 다른 시간의 눈금을 그리고 있다. 시계바늘이 겨울과 봄 사이에서 봄쪽으로 훨씬 가깝게 가리키고 있다.
산길은 눈이 녹아 질척이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한층 경쾌하다. 아이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도 치며 오르다보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숨차던 산길도 묘한 매력으로 이끈다.
아이가 산고사리를 보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고 하니 왜 고사리인데 먹을 수 없냐고 물어본다. 나는 모양만 비슷하지 먹을 수 없다고 말해주었더니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안되는 눈치이다.
우리 어릴쩍에는 주위가 온통 자연이니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에 대해서 나름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소나무 어린순을 따먹기도 하고 아카시아 하얀 꽃을 한입 가득물고 달콤한 맛에 취하기도 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자생하는 고사리가 여린 순을 내밀면 따서 집에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추억을 갖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가를 pc방이나 게임방에서 보내는 아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기 어렵다. 자연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고 생명의 존재를 터득하지 않고서야 어찌 참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나는 평소 가장 위대한 스승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자연을 모태로 태어났고 자연안에서 살다가 결국 자연으로 귀의하기 때문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갓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지혜가 생기고 품성이 너그러워진다.
나는 우리 아이가 그런 자연의 품성을 닮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와 정상에 올라 운동을 하면서 보이지 않은 서로의 정을 느낀다. 아이는 지금은 무심히 지나치겠지만 훗날 산에 오르면서 그 시절을 추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을 내려오다가 아이가 개울가로 달려간다. 예전에 가재를 잡던 곳인데 지금도 가재가 살고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그렇게 자연속에서 자아를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오늘도 산은 나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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