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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계룡산에 오르다

계룡산에 오르다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가는 11월 5일 첫주 토요일. 오랜만에 드림11(전남대 경제학과 87년 졸업 예비역모임)이 뭉쳤습니다. 형식은 정기모임이었으나 드림11멤버 중 참가인원은 황영하회장, 최성주총무, 송준상, 박준수 회원 등 고작 4명으로 조촐한 만남이었습니다.

가을을 타는 남자 4명이서 조우한 곳은 계룡산. 그동안 소설이나 약장수 입을 통해서 들었던 계룡산을 마침내 실물로 보게된 것입니다. 광주에선 황영하,최성주,박준수 회원이 승용차를 이용해 도착했고, 서울에선 송준상 회원이 고속버스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계룡산 입구 주차장에서 오랜만에 상봉하니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오전 일찍 오는 바람에 걸렀던 아침식사를 개울가 바위에 앉아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호젓한 산길을 따라 등산에 나섰습니다.

코스는 공원사무소-미타암-은선폭포-관음봉-삼불봉-상원암(남매탑)-문수암-공원사무소로 6시간 소요되는 등산로를 택했습니다.

전날 비가 뿌리고 간 뒤라 나무들은 단풍잎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잿빛 하늘을 부둥켜 안고 있었습니다. 대신에 지상에는 붉고 노란 카펫이 깔린 듯 형형색색 아름다운 길이 생겼습니다.

가끔 사진에서나 보던 단풍잎 숲길을 직접 목격하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공원사무소에서 은선폭포에 이르는 등산로는 평이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정치나 경제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화제삼아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은선폭포에서 관음봉에 이어지는 산길은 좁고 바위투성이에다 경사가 심해 꽤나 숨이 찼습니다. 관음봉에 이르는 1.6km는 인내심을 요구할 정도로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나도 극기훈련을 받는 것처럼 이를 악물고 한발 한발 전진해야 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등반하는 단체등산객 가운데는 여성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분들도 힘들지만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힘을 냈습니다.

힘겨운 고갯마루를 지나 관음봉에 도착하니 고생 끝에 맛보는 달콤한 맛을 느끼게 됩니다. 운무가 자욱히 깔려있어 발아래 세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단체관광객들이 관음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입니다. 그 바람에 우리는 겨우 한귀퉁이에서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관음봉에서 삼불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몹시 가파릅니다. 철제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데 마치 헬기에서 사다리 밧줄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훈련을 하듯 아찔합니다.

삼불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각자 가져온 과일과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이어 산행을 계속하니 남매탑이 내려다 보입니다. 산 중턱에 탑이 자리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탑 주변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합니다.

우리도 남매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박았습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탑은 고려시대에 건축된 것인데 백제탑의 양식을 계승했다고 써있더군요. 그리고 탑도 증축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1950년대 무너진 것을 1961년에 복원했다고 하는데 그 지나온 세월만큼 탑신도 많이 야위었더군요.

우리는 하산해서 주변에 있는 산야초식당엘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백숙을 시켜놓고 그 사이 파전에다 동동주 한사발을 들이켰습니다. 등산 후에 마시는 술은 기막히게 경이로운 맛이었습니다. 이어 나온 백숙도 기운을 보충하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보양식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바탕 흐드러지게 회포를 풀고 나니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송준상 회원은 계룡산입구 삼거리 간이터미널에서 서울행버스를 타고 떠나고, 황영하, 최성주, 박준수 회원은 승용차로 광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드림11 카페에 접속하니 어제 함께 포즈를 취한 멋진 사진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 정성에 보답하고자 소박한 산행기를 올립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 추억될만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라면서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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