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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산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산에는 새가 살고 있네

 

산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다소 엉뚱한 질문이 될지 모르겠다.
통상 등산객들은 건강을 다지기 위해 또는 기분전환을 위해 산에 오르기 때문에 어떤 동물(생물)이 사는가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오로지 등산하는데 신경을 쓸 뿐이다.
물론 나도 주말에 아파트에 갇혀 있기가 갑갑해 아들과 함께 산공기나 마시러 산에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무의식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도 아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데 등산로 초입에서 갑자기 푸드득 새 한 마리가 날아올라 깜짝 놀랐다. 잡목 사이로 암꿩이 숨어 있다가 인기척이 나니까 날아간 것이었다.
도심 인근 산에 꿩이 살다니, 그것도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 등산로 입구에.
간혹 꿩우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으나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까이서 꿩을 보니 산에는 누가 살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자세히 귀기울여 들어보니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들린다.
나무에 가려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 어딘가에 새가 있다는 증거이다.
언젠가는 아는 후배로부터 자기가 사는 아파트뒷산에서 맷돼지의 활동 흔적을 발견했다며 제보를 해온적이 있었다.
한때 우리나라는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산에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 많았다. 그 후 국가정책으로 산림녹화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자연보호 활동을 계속해온 결과 지금은 독일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산림이 잘 보존된 국가로 꼽히고 있다.
또한 수렵기간 이외에는 동물불법 포획을 엄격히 금지하다보니 이제는 주민들이 동물로부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가에서는 맷돼지들이 출몰해 애써 가꾼 농작물을 파헤치고 먹어치우는 바람에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아무튼 집 근처 산에 꿩이 살고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일이다.
아들과 함께 산길을 오르면서 살펴보니 지난 번에 내린 눈들이 나무그늘 아래에는 아직 녹지 않고 저마다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무 그늘이 진 자리만큼만 잔설이 남아 마치 땅에 눈으로 나뭇가지를 그린 것처럼 선명하다.   
오랜만에 눈그림을 보니 그것 또한 흥미롭다.
정상에 올라 운동기구에서 한참동안 몸을 풀었다. 산 아래 도시는 봄볕에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윽고 아들과 함께 산길을 내려갔다. 그런데 아들이 풀숲사이를 가리키며 새 둥지가 있다고 말했다. 살펴보니 정말 조그만 새집이 관목 나무가지위에 얹혀 있었다.
나는 어릴적 외가집에 놀러갔다가 들판에 있는 새집에서 갓난 새끼 쥐들이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적이 있다.
이 새집 역시 들쥐가 새끼를 낳고 그곳에 감춰놓은 걸로 생각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안을 살펴보니 새둥지였다. 그러나 새들은 이미 떠나고 잔설이 얼음이 되어 새알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기해서 셀카로 그 모습을 찍어두었다.
이처럼 산에는 여러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 사람들의 소유욕에 의해 원래의 주인인 새들은 이방인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산은 당연히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잠시 그들의 영토를 지나는 행인일 뿐이다. 산에 더 많은 종류의 동물이 평화롭게 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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