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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영광 백수해안도로 여행

영광 백수해안도로 여행기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봄이 발밑까지 와 있다. 날씨는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쌀쌀하지만 그 사이 겨울방학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가족과 오붓하게 여행 한번 가지 못하고 지나칠려니 몹시 아쉬웠다. 한데 며칠전 영광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백수해안도로가 볼만하다며 놀러오라는 연락이 왔다.
백수해안도로의 명성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터. 늑발에 공부하느라 지난 4년간 주말마다 책과 씨름하다보니 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하여간 공부도 마치고 홀가분하던 차에 가보고 싶었던 백수해안도로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2월25일 아침. 날씨는 잔뜩 흐려있고 눈이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마뜩찮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가보랴 하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
집을 나와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영광으로 가는 국도로 접어들었다. 광산을 지나 함평을 지나니 50여분만에 영광읍에 도착한다. 영광은 20여년전에 1년간 주말마다 다녔던 곳이다. 아내가 영광 관내 섬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선착장까지 바래다 줘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혹 읍내 버스터미널에 내려서 장도 보고 식사도 한 기억이 새록 생각난다. 
읍내 시가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지만 농촌지역은 시간이 흐를뿐 그대로다. 오히려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적막감이 감돈다.
영광읍에서 백수는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10여분이면 도착했다.
마중나온 지인을 만나 담소를 나누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식당에서 오순도순 안부를 주고받으며 식사를 하다보니 꽤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차를 타고 백수해안도로로 향했다. 얼마후 차창밖으로 겨울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부는 까닭에 파도가 높게 일며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잿빛하늘 아래 요동치는 바다는 묘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굽이도는 해안도로는 이런 바다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유럽의 여느 해안 풍경 못지않게 경관이 훌륭하다. 이탈리아 소렌토 해안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이지만 백수해안도 그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비경을 갖추고 있다. 7-8년전 가보았던 소렌토는 해안 기슭에 도시가 형성돼 쪽빛 바다와 더불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특히 한결같이 주황색 기와로 단장된 테라스 하우스는 영화속 한 장면처럼 낭만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백수 해안 도로를 따라 모텔과 펜션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이 마치 유럽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해안도로 주변에 15채의 펜션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공사가 진행중인 곳도 여러 곳 된다고 한다.
숙박료는 4인 가족기준 평일은 8만원, 주말은 12만원이 공식가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인과 흥정하면 상황에 따라 할인도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펜션이용객은 아직 초기여서 인지 몰라도 주중에는 많지 않으나 주말에는 거의 예약이 완료된다고 한다.
지인과 함께 해수탕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노을전시관 맞은편에 자리한 해수탕은 시설도 좋고 규모가 꽤나 크게 느껴졌다. 보성 다비치콘도 해수탕과 비슷한 규모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입장료는 군민은 5천원, 외지관광객은 7천원이다. 해수탕의 원수는 해저 600미터에서 끌어 올린 것을 4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해수탕에서 목욕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특히 무좀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있다.
칼바람에 얼었던 몸을 해수탕에 푸욱 담그니 몸이 노근노근 풀리며 뼈마디까지 시원해진다. 창밖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이곳에서 노을지는 풍경을 바라보면 가히 환상적일 것같다. 노천탕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물을 빼놓은 상태였다.
한시간 가량 해수탕을 즐기고 나니 몸이 가쁜하고 활력이 느껴졌다.
해수탕을 나와 지인과 바닷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저녁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인근 식당에서 굴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해안가에서 할머니들이 손수 캐낸 굴을 양념장에 비벼서 먹는 굴밥은 바다내음이 그래로 혀끝에 와닿아 식욕을 돋운다. 멋진 바다풍경과 해수찜, 그리고 식도락까지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바람이 거세고 날카로웠지만 여행의 기분을 만끽한 하루였다. 백수해안도로는 주말 하루 온가족과 더불어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기에는 안성마춤인 듯 싶었다.
꽃피는 봄날에 다시 한번 백수해안도로를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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