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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영광 백수 해안에서

영광 백수해안에서

 

 

푸른 해원으로 달려가자

태고의 숨소리가 살아있는

, 포세이돈의 포효

 

수평선 너머에서

육지를 향해 잠입하는 海龍들의 아우성

 

팔과 다리가 꺾이고

형체마저 사라진 유령의 얼굴로

파도는 부셔진다

 

하얀 소금기 절은 그들의 절규

 

바람은 파도를 타고 올라온다

파도는 부셔져 다시 포말이 되고

부처의 극락문이 열린다

 

무량의 영겁이 거기에 있으니

문득 인생의 벼랑 끝에 섰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아득한 허공을 발견한다

 

하늘의 푸른 허공과

낭떨어지의 푸른 허공이

맞닿는 접점, 영광 백수 바닷가에서

우리는 한갓

중생의 마음이 되어 바람처럼 나붓긴다

 

어느 순간에 내려앉는 하루의 장막

낙조가 저무는 바닷가에서

노을이 화염처럼 세상을 태운다

 

해를 살라먹는 저 바다

물과 불이 상생하는 극락정토에서

파도는 관세음보살

바람은 나무아미타불

사람과 만물들이 성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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