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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겨울 광야의 노래

겨울 광야의 노래

 

 

싹뚝 벼 밑둥치 잘려나간 장성 삼계 들에

봉두난발 全琫準의 흰 머리칼 휘날린다

저승으로 떠나간 봉준의 원혼이

잿빛 겨울 하늘 당산나무 아래

흐느끼듯 떠돈다

그대가 만든 죽창은 죽지 않고

생촌리 마을 뒷산에 숨어

푸른 숨결을 뿜어내는데

그대 달려갔던 들판은

고요히 누워있다

그대의 군사들이 쓰러져 갔던

저 양지바라기 논배미에

산비둘기 몇마리가 죽어간다

배신의 마음이 참수당하는

강물에 드리워진 무명천이

바람에 더욱 팽팽해진다

겨울 광야에

하얀 옷 입고 온 봉준이

그때 가마타고 서울가더니만

어이, 새털처럼 훨훨 날아오는가

죽어서도 삼계 들 못잊어

만산분분 흩날리는가

산 너머 날아가는 기러기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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