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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내 시에 대한 해설

행복의 레시피  | 리뷰 2012.01.22 17:06:13

[ 도서 ] 행복의 레시피 (양장)
풀과별 | 문화발전 | 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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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김치

 

                                       박준수   

 

       살아보니 인생은 묵은 김치와 같더라

       푸성귀 시절 에메랄드빛 꿈안고

       온 들판을 내달렸지만

       눈비 맞고 서리맞아

       김장독에 들어앉으면

       제 살의 단맛으로 살아가느니

       소금과젓갈에 버무려진채

       욱신거리는 몸살을겪고 나면

       신산한 세상맛 우러나는 걸

       어느날 문득 졸음에서 깨어나보니

        누군가의 밥상 에 오릇이 놓여있네

        아. 군침 도는 나의삶이여!

 

군침도는 삶. 그런 삶을 김치를 이용해 이리도 멋진 시로 만들어내다니..
시란 참으로 다말하지 않고도 그 이상의 것들을 말하는 재주가 있는 언어다.
조용히 다가와 가슴을 두드리는 단어와 문장들을 담아두면 내 마음 역시 순수히 정화되는 듯한 기분에 빠지는 게 나뿐이랴. 눈비맞고 서리맞아 소금과 젖갈에 버무려진 채 몸살을 겪고 제대로 된 맛을 가지게 되는 묵은김치와도 같은 삶.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고난은 삶에서 감내해야할 부분임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지하철 역 스크린 도어에 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명 시인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시가 아니라 처음 만나는 시인의 낯선 시들은 차를 기다리는 동안 주어지는 적막의 기다림의 시간을 밝혀준다. 천천히 행간을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 내려앉는 여유 또한 어찌나 소중한지.
책은 여러 지하철역에 자리잡은 멋진 시들을 선사한다. 5천편에 2천명의 시인의 시중에서  115편을 엄선해서 담아놓은 시집이다.
당신이 가봤을지도 모르고 그저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노선도 속에 지하철역들.
때로는 익숙한 역에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지나치는 책장들.

 

행복이란 다름이 아닌 우리의 생활 속 아무렇지도 않는 곳에 조용히 숨쉬고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매일 이런 시들을 볼 수 있는 우리 역시 참으로 행복한 존재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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