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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노량진에서

노량진에서

 

내 청춘의 닻이 내린 노량진역
승객들로 부산한 플랫폼에
미지로 쉼없이 달려가는 기차들
한강철교를 건널 때마다 덜컹거리는 바퀴소리
어디론가 흐르는 물살
청춘의 시간은 바퀴를 달고 인생의 레일 위를
미끄러져 간다
역 건너 언덕배기 기와집들이 올망졸망
엉겨붙어 새벽차로 상경한 이들의 고단한 잠을
청하게 한다
강남의 문턱에서 유보된 서울시민
화려한 대도시에 내가 정붙일 방 한칸없이
임시거주로 나날을 보내며
회색빛 하늘을 끌어안는다
수많은 인파속에 제 길을 찾아가기란
얼마나 막막한가
한달에 한번 어머니에게 편지를 부치고
통장에 찍힌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밀물처럼 차오르는 생의 한뼘 높이에
외로운 밤을 뒤척거렸다
유독 가까이 고개를 내미는 밤하늘에
고향의 별빛이 아는 채 촉수를 높이고
언덕 아래 거리는 음탕한 불빛들
한강에 가서 별빛을 주우며
청춘, 쓰디 쓴 소주 한 병을 마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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