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서
나 알지 못하네, 그 먼 길을
오래도록 서성대다가
하얀 삐비꽃 펄럭이던 언덕 너머로
완행열차가 그리움을 몇칸 매달고 달려가는 곳
시나브로 가을은 서쪽 하늘을 점령하고
폭염이 퍼붓고 간 들판에서
허수아비가 패잔병처럼 수신호를 보내네
태양이 흘리고 간 피, 붉은 고추가 싱싱하게
수혈했네
나무들 하나, 둘 각혈을 하고
이 가을에는 그렇게 불타는 가슴을 안고
누군가는 편지를 쓰겠지
그 먼 길에 수고로운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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