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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칠산 앞바다에서

칠산 앞바다에서

 

그대 떠나간 계절의 머리맡에
아무 기별없이 노랑 원추리꽃 피었네
수평선 저 너머 뱃고동 소리 아련히
파도 물결 따라 철썩철썩 애먼 마음 허물고
하늘을 떠도는 재갈매기
칠산에 부딪히는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져
추억에 잠긴 사람들은 저마다
검붉은 얼굴로 바다를 바라보네
물때 지난 갯뻘에 붙들린 폐선 한 척
그저 닻을 내려놓고 뼈마디 스며든
묵은 사연 푸른 이끼 씻기느라
시간마저 녹슬어 버렸네
저무는 바다에서 돌아오는 건
황소바람도 재갈매기도 아닌
한 조각 젖은 가슴 때리는 파도의 애끓는 노래
붉게 물드는 칠산에서 남몰래 듣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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