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식어버린 붕어빵

식어버린 붕어빵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로 기억된다. 엄마를 따라 버스를 타고 광주시내에 사는 외가 누님을 만나러 갔었다. 결혼을 한 누님은 광주에서 방 한칸을 얻어 신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외갓집은 화순 이양인데 출가를 해서 도시로 나온 것이다.
누나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엄마를 따라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거장에 갔다. 비아행 버스가 도착해서 엄마와 나, 그리고 누님이 탔다. 차안에는 승객들이 많았고 나는 누나옆에 서 있었다. 차장의 오~라이 소리와 함께 차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했다. 5분여를 가는데 옆이 허전했다. 두리번 거리며 살펴보니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 출발 직전에 나만 남겨두고 슬며시 내려버린 것이다.
순간 울음이 솟구쳤으나 꾹 참았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집을 찾아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서 그대로 내색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윽고 비아면 소재지로 접어들었다. 버스는 비아극장 앞을 지나 읍내 차부에 도착했다. 우리집은 비아극장 인근 삼거리에서 담양 대치로 가는 방향에 있었다. 비아극장만 찾아가면 나머지 길은 통학로여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나는 비아극장 방향을 향해 가는데 한참을 가도 극장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었나 해서 방향을 틀어 다시 차부쪽으로 걸었다. 마찬가지로 극장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은 길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울고 있는 나를 목격한 어느 가게 주인이 나를 비아지서에 데려다 주었다.
지서 사무실에는 경찰아저씨 몇 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난로가 피워져 있었다. 경찰아저씨가 나를 난로옆에 앉히더니 이름이 뭐냐, 집이 어디냐, 아버지 이름이 뭐냐, 몇학년이냐 등등 신원을 물었다.
그러면서 집에 데려가 줄테니 걱정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붕어빵을 사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어느 아저씨는 10원 짜지 지폐를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겁에 질린 나머지 붕어빵을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봉지를 든 채 난로옆에 앉아 있었다.
오후 늦게 동네 아저씨가 나를 데리러 왔다. 그 아저씨는 읍내에서 양복점 겸 세탁소를 하고 있었는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였다. 평소에도 우리집 앞을 자주 지나가기 때문에 안면이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 자전거를 타고 집앞에 도착해서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컴컴한 한 밤중이 되었다. 할머니와 작은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어 있었다. 나는 붕어빵과 지폐를 작은아버지에 주었다. 그리고 나도 이불속으로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멀뚱멀뚱 천정만 바라보다 늦게야 잠이 들었다.
비아지서는 새 건물로 바뀌어 파출소 간판을 달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혹 비아동에 가면 주민복지센터 옆에 자리한 지서에서 식어버린 붕어빵 봉지를 들고 있는 어린 내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아시장의 추억(수정)  (0) 2021.01.20
비아시장의 추억  (0) 2021.01.19
과수원 떠나던 날  (0) 2021.01.15
사라진 과수원  (0) 2021.01.14
과수원 밖 풍경  (0) 202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