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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색의 향연 과수원

오색의 향연 과수원

 

 

과수원은 만물이 쉴새 없이 움직이는 작은 자연계이다.

계절마다 화려한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은 들풀에서부터 초록으로 물드는 들녘까지 물감을 뿌려놓은 듯 현란하다. 그 범주는 넓고 무한하다. 색의 군집을 통해 과수원의 비밀화원을 순례해보자.

색 가운데 흰색은 서민적이고 수수하다. 탱자울타리 사이 하얀꽃이 수줍게 피어 있다. 감나무 이파리가 제법 자라면 하얀 감꽃이 고개를 내민다.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먹기도 한다. 감꽃이 진 자리에 감이 맺힌다. 그리고 논에 소금처럼 뿌려진 메밀꽃 역시 장관이다. 메밀 순을 따서 데친 후 된장을 버무려 무친 메밀나물은 입맛을 돋운다. 흰색의 백미는 겨울에 맛볼 수 있다. 밤새 내린 눈보라가 만든 설원은 그야말로 고요한 은세계이다.

과수원을 눈부시게 만드는 꽃은 분홍색 복사꽃이다. 겨우내 거칠고 황량한 언덕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복사꽃은 처녀의 마음을 훔치는 도화꽃이다. 장독대 옆에 단골로 피는 맨드라미와 붕숭아 역시 분홍이다. 꽃은 역시 붉어야 꽃이다.

그러나 과수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색은 그린(green)이다. 한 겨울 회색빛 들녘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보리밭, 봄과 함께 나뭇가지에 모습을 드러내는 여린 이파리들, 여름날 무성한 녹음, 대나무밭의 푸른색이 과수원의 기운을 내뿜는다. 이외에도 노란 개나리, 하얀 개망초, 자주빛 가지꽃 등등 만물이 빚어내는 색깔은 생명의 환희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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