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주에서
춘사월, 눈시리게 푸른 길 하나 열어
봄의 정원에 나를 초대한 이가 누구인가
눈보라 아득히 저물고
바람소리 나직이 여울따라 속삭이는
이곳, 순천만
겨우내 빈 나무 가지마다 화신(花信)이 드리워
오늘은 벚꽃이 상기 피어
나를 반기네
겨울의 뒤안길을 묵묵히 지켜온
순천만,
그리운 마음이 밀물과 썰물이 되어
무더기로 핀 인정의 꽃을 보았네
추억은 때때로
얼어붙은 마음을 열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불꽃, 그리움의 향기를 풀어내는
봄의 정원사,
마지막 작별을 잊지 못해 민들레 홀씨를 날려보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