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락(The Rock)
그 섬(the rock)은 분명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위 위의 집들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을 보면
발목을 묶고 있는 바다와 세월을
털어내고 뭍으로 뭍으로 잠입하고 싶은 것이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 하나 둘
포승줄에 걸려 시나브로 화석으로 굳어지고
바람벽을 뚫고 갔던 몇몇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간혹 파도 너머 그들의 숨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었지만
벼랑에 노오란 괭이밥꽃이 햇살을 머금고 피어 있을 뿐
섬엔 아무 소식도 들려 오지 않았다
언젠가 인적이 끊기자
섬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정지된 시간 속으로 갈매기 날고
빛바랜 폐허가 흑백사진처럼
왈칵! 내 카메라에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