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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용추폭포에서

무등산 용추폭포(2021.07.30)

용추폭포에서

 

덧없는 한 세월을 부려놓고 마음이 허한 탓일까

칠월 끝자락에 마음이 산으로 향한다

산은 무수히 많지만 유독 마음이 끌리는 산이 있다

그리고 발길이 향하는 산길이 있다

구름이 아무데로 흐르지 않듯이

머물고픈 봉우리가 있다

용추폭포에 올라 세파에 찌든 오욕(五慾)을 씻어나 볼까

2수원지 샛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흑림(黑林)속으로 나아간다

산비둘기와 다람쥐가 낯선 인기척에 놀라 몸을 숨긴다

가뭄에 목이 마른 저수지는 거무튀튀한 모가지를 드러내고 누워있다

익사한 고사목이 앙상한 가지를 뻗은 채 목판화 풍경을 찍어내고 있다

길은 계곡을 따라 무등의 품으로 안겨든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숲과 어우러져 푸른 기운을 내뿜으며

내 마음에 맑은 정화수 한 그릇을 올려놓는다

물가에서 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며 산 그늘에 눕는다

폭포는 8부 능선 쯤에 허연 몸을 수줍은 듯 감추고 있었다

한 송이 백합처럼 꽃잎을 늘어뜨린 용추폭포

그녀가 비밀의 화원에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옥구슬을 목에 건 채 신부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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