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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여름밤

여름밤

여름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잠들지 못하고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되어 서 있을 뿐이다

때론 실바람이 불어와 귓속말로 소식을 전하고
때론 논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어머니의 음성처럼 파문짓는다

어쩌다 밤기차는 소나기처럼 내 마음을 긋고 어둠속에 묻히고
달빛이 도시문명 언덕 위에 신비롭게 걸려 있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나는 여름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포플러 나뭇잎이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누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지, 어느 집 담벼락이 무너져 내리는지븣

그저 잠들지 못하고 휘영청 보름달을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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