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행을 하고 나니 연거푸 희소식이 전해져
베푸는 마음이 모이면 사회가 보다 훈훈하지 않을까
지난주 수요일 점심 시간 무렵의 일이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막 사무실 현관문을 밀고 나오는데 문앞에서 여럿이서 웅성거리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직원들과 낯선 할머니가 뭔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치려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서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할머니가 직원들을 상대로 화장지를 사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직원들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저만치 사무실 입구 도로에는 할머니가 끌고온 화장지 카트가 시무룩하게 서 있었다.
직원들은 할머니가 여기까지 화장지를 팔러 돌아다니는 것이 보기에 딱하기는 하지만 사무실에 화장지가 충분히 있는 마당에 임의로 산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나타나자 할머니는 반가운 듯 나에게 화장지를 사달라고 애원하듯 간청하셨다.
그런 할머니를 그냥 돌려보내기가 미안해서 “그럼 화장지 가격이 얼마예요?”라고 물으니 “1만원에 각티슈 6개를 준다”고 하시면서 “그 가격이면 싸다”고 말씀하셨다.
어차피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어서 산 것이니 싸고 비싸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머니께 1만원 지폐 한 장을 드리고 화장지를 받아서 사무실에서 쓰도록 했다.
그러고 나니 왠지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직접 화장지 장사를 나선 것은 그만큼 형편이 어렵기 때문일 텐데 적은 금액이나마 보탬을 드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가 되었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사정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지만 아무튼 기분좋은 소식이었다. 이어 퇴근시간이 되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인데 또 한번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이것 역시 사정상 내용은 대외비이다. 하지만 분명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하루 동안 연거푸 희소식이 두 번이나 전해오니 그날만큼은 날아갈 듯 기분좋은 하루였다. 그러면서 그날 행상 할머니로부터 각티슈를 구입한 게 행운을 불러온 계기가 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치 흥부가 다리를 다친 제비를 정성껏 돌봐준 덕분에 제비가 금은보화가 가득한 박씨를 물고왔듯이 말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베풀려고 하는 마음이 모이면 우리사회가 더욱 훈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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