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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시란 무엇인가(1)

-시란 무엇인가(1)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젊은날에 숱하게 방황


‘시란 무엇인가?’. 시에 관심이 있거나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화두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시란 무엇이며 왜 시를 써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써야 시가 되는 지’ 하는 일련의 물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이제 막 시쓰기에 입문한 초심자뿐 아니라 한 평생 시를 써온 중견시인들도 끊임없이 그 해답 구하기에 골머리를 앓는 난해하고 근원적인 물음이다. 이는 마치 중국 장가계의 운무에 싸인 기암괴석 산봉우리를 더듬는 일처럼 첩첩한 난제이다. 
필자는 이 해답을 찾기 위해 20대 젊은 시절 무던히도 오랜 방랑의 시간을 보냈다. 지식은 옅고 혈기는 넘치던 때라 몸으로 터득하고자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일례로 여름 장마철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말끔히 차려입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비를 흠뻑 맞으며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빗방울의 촉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만의 사색에 잠기는 기인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어쩌면 “저 미친 놈, 날궂이 하고 있네”라며 손가락질 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매년 새해 첫날이 되면 대인동 시외버스터미널로 달려가곤 했다. 구내 매점에서 파는 중앙지 1월1일자 신문을 사기 위해서다. 해마다 각 신문의 신년호에는 신춘문예 당선자 발표와 함께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과 당선소감이 실리는데 그 글을 읽으면 시의 안목을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신문들을 한 무더기 사가지고 와서 하나 하나 펼쳐가면서 읽는 재미는 만화책을 읽는 것보다도 훨씬 흥미진진했다.
뿐만아니라 대학 재학중에는 대학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문학서적을 빌려서 탐독하기도 했다. 학부전공은 경제학이지만 전공서적보다는 오히려 문학책을 더 많이 대출해서 읽었다. 심지어는 시험기간 중에도 문학책을 빌리는 내 모습을 본 친구들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에 아랑곳않고 문학과의 열애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틈틈이 낙서나 다름없는 시를 쓰며 장차 시인이 되기를 갈망했다. 
그렇게 4년이 흘러 대학문을 나와 취업을 하려고 보니 학점은 낮고 취업문턱은 높기만 했다. 
그래도 글을 쓰려면 신문사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에 경향 각지 여러 신문사에 도전 끝에 이듬해 광주의 모 신문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 후 1996년 문화부에서 문학담당 기자를 하면서 시의 세계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특히 그 해는 문화부가 지정한 ‘문학의해’여서 전국 신문사들이 일제히 문학특집을 개설하는 등 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필자도 그 해 기획시리즈를 만들어 우리지역은 물론 중앙문단의 유명한 시인들을 만나 취재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 과정에서 문학에 대한 애착이 더욱 뜨거워졌고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문제인식도 한층 깊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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