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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시란 무엇인가(2)

시란 무엇인가(2)

외국 번역시집 읽으며 시인의 꿈키워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갈증을 풀어보려는 나의 노력은 사춘기부터 시작되었다. 그 중 하나가 시집을 사서 읽는 것인데 나는 주로 외국 번역시집을 많이 사 모았다. 틈틈이 시내에 볼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충장로 서점가에 들러 시집을 사오곤 했다. 대체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외국 시인들의 시집이 주종을 이루었다.

존 키이츠, 폴 발레리, R.M. 릴케, W. 워즈워드, E.A. 포우, 바이런, 예이츠, T.S. 엘리어트, 브라우닝 등이 그때 내가 접한 시인들이다.

또한 새벽에 일어나 신문배달을 해서 번 돈으로 구입한 영원한 세계의 명시집’(1980, 한림출판사) 시리즈가 지금도 서가에 꽂혀있다. 엽서 두 장 크기의 사이즈에 흰색 장정본으로 제작된 명시집은 섬세한 책 내용뿐 아니라 요즘 보기 드물게 고급스럽게 제본이 되어 내가 애장하는 책이 되었다.

나는 외국 시인 가운데 특히 R.M. 릴케와 E.A. 포우에 심취했다. 릴케의 경우는 장미를 좋아해서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이라는 호칭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그가 쓴 말테의 수기를 읽으며 몽롱한 시 세계에 빠져들었다. E.A. 포우는 그의 어둡고 우울한 삶이 나의 정서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춘기인지라 뭔가 강렬한 감성적 에너지에 불꽃이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시를 읽으며 때때로 모방하는 시를 머리를 쥐어짜며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낱 낙서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에게 시인의 꿈을 또렷이 가슴에 새기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나는 시의 이론 탐구에도 관심이 많아 시론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처음 구입한 시론책이 시 으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의 이해-시론’(1979, 송원문화사)이다. 대학 입학하기 전이라 그 당시 나의 지식수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그 책을 소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해서 교양국어, 현대시의 이해 등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면서 시의 이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었다. 또한 신문사에 입사해 문학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 시집출간 기사를 쓸 때마다 시집 맨 뒤쪽에 수록된 시 해설을 읽으며 다양한 시론을 접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시를 쓰는데 몰두해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론 혹은 문학이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시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젊은 시절 나의 경우처럼 이론 공부는 소홀히 한 채 시 쓰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물론 습작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더 완성도 있는 충만한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론을 탄탄하게 다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참고로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시론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춘수, 시론, 1979, 송원문화사

문덕수, 오늘의 시작법, 2004, 시문학사

송수권, 송수권의 체험적 시론, 2006, 문학사상

이지엽, 현대시 창작강의, 2005, 고요아침

임환모, 한국 현대시의 형상성과 풍경의 깊이, 2007, 전남대출판부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시읽기, 2011, 웅진지식하우스

이수정, 『시의 이해』, 2018, 지스트프레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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