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스님 첫 시집 ‘능소화가 피는 날’ 출간
산중생활·부처님의 깨달음 소재 80여편 묶어
10월30일 광주남구문예회관서 출판기념회 가져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천룡사 주지 무등스님이 등단 12년 만에 첫 시집 ‘능소화가 피는 날’(도서출판 수미등)을 출간하고 10월30일 광주남구문예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광주불교연합회 회장 도성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와 류한호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 김병내 광주남구청장, 김홍식 전 광주서부교육장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무등스님은 2009년 「한국시」에 현대시, 2014년 「열린 시조시학」에 시조가 각각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이번 첫 시집에는 그동안 수행 중 틈틈이 써 모은 작품 가운데 80여 편을 골라서 묶은 것이다.
무등스님은 매달 신도들에게 보내는 회보에 법문과 더불어 자작시 한 편씩을 수록해 수행정진의 기쁨을 나누어 오고 있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산중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상사를 부처님의 깨달음 속에서 시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제1부에는 꽃들과의 대화, 제2부에는 부처님에게 바치는 염불소리, 제3부에는 계절의 노래, 제4부에는 어머니, 고향, 추억, 제5부에는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무등스님의 시 세계를 아우르는 정신적 토양은 아무래도 불교일 수 밖에 없다. 한 평생을 부처님을 쫓아 정진해온 수행자로서 오로지 정법(正法)을 향한 깨달음이야말로 진정한 구도자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집에서도 불교와 관련된 시가 여러 편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선 작품은 ‘별 천지 인디아’이다. 아마도 무등스님이 인도 성지순례를 하면서 여러 지역을 방문하던 중 떠오른 시상을 한 편의 시로 응축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매우 독특한 느낌을 안겨준다.
무등스님은 인도 성지 순례를 하면서 수많은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했고 그 때마다 시상이 샘솟듯 솟아난 것으로 보인다. 꽤 긴 시이면서도 리듬과 긴장감이 살아있으며 장면의 대비가 역동적이다. 특히 시상을 전개해가는 방식과 표현기법이 이국적인 풍경과 잘 어우러져 강렬한 경험을 전달한다. 이는 그 만큼 시인이 그 현장으로부터 강렬한 시적 에너지를 흡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각 연이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는 듯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새벽이면 하얀 물병을 들고/ 밤안개가 걷히기 전에/들판으로 나서는 모습들’, ‘별이 쏟아지는 모습으로/화려한 이국異國적인 낭만의 밤’, ‘바라나시의 힌두인의 전통제사 의식에서/ 떠도는 영혼들의 고달픈 노래 소리’ 등 구절은 매우 회화적이면서도 기이한 감정을 유발한다.
이 시에서 가장 울림을 주는 구절은 ‘밤이면 수북이 내려앉은/ 별무더기를 붙잡고/ 고향 노래 부르는 소리를’이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순례자로서의 경건하고 순수한 마음이 잔잔한 물결로 파문짓는다.
시집 해설을 쓴 박준수 시인은 “시집 전반에 부처님을 향한 깊고 그윽한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그 근원은 오로지 부처님의 정법을 구현하기 위해 구도자의 삶을 올곧게 수행정진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마디로 무등스님의 시는 ‘능소화’보다도 붉은 구도자의 노래이다”고 평했다.
한편, 무등스님은 사진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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