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이여, 우리들의 꿈을
박준수(시인‧경영학박사)
임인년 벽두, 영산강 둑 너머 해가 솟는 무등산을 바라본다. 설산으로 변한 무등산은 태고의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빛고을을 품고 있다. 무등산은 빛고을 광주의 상징이자 정신이다. 까마득한 삼한시대부터 첨단문명이 찬란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등은 우리들의 수호신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새해 첫 아침이 열리면 너나 할 것이 없이 무등산에 올라 경건한 마음으로 동트는 여명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필자도 광주매일신문 재직 때 10여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사원과 더불어 무등산 장원봉에 올라 ‘해돋이 기원제’를 올렸었다.
올해 임인년은 코로나로 인해 직접 산행을 하지 못하고 아파트 창 너머 무등산 원경을 조망하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비는 것으로 대신했다.
국운이 걸린 대변혁의 해
올해 2022년은 국운이 걸린 대변혁의 해이다.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선거결과에 따라 대한민국과 호남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해이다. 그간 호남은 여러 차례 대선에서 선거 판세를 결정짓는 풍향계 역할을 해온 터이지만, 이번 대선은 예전 선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섣불리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노무현에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선거는 민중들의 힘이 결집하고 요동치며 선거판을 끌고 갔었다. 그래서 선거기간 내내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뜨겁게 달아올랐고, 대선 후보들은 민중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대망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노사모 돌풍’에 의한 노무현 당선과 ‘촛불혁명’에 의한 문재인의 당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정반대의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광장이 닫혀 있고 민중들의 고달픈 삶이 정치와 거리두기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전혀 감동과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매스컴에서 이번 대선을 놓고 ‘비호감의 대선’이라고 명명하고 있듯이 여야를 막론 하고 어느 후보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는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차선(次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차악(遮惡)을 선택’해야 할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여 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후보교체론까지 제기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빚어지고 있다.
이제 대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좋든 싫든, 혹은 ‘차선’이든 ‘차악’이든 우리는 각자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질 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호남인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호남에 대한 애정’ 살펴야
가장 유심히 살펴봐야 할 덕목은 국가경영능력, 특히 경제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효과적인 정책개발 능력이 중요하다.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여러 가지로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부동산 가격폭등 문제를 비롯 소득 양극화 심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소득붕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한 2021년 11월 생산자 물가가 13년 만에 최대치에 달하는 등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정부 물가 목표치는 2.2%이지만 3%를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성장률 역시 정부는 3% 목표를 제시했지만 2% 대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오르고, 중국의 경기 후퇴로 우리나라 수출이 위축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이처럼 난마처럼 얽힌 경제문제를 정확히 읽어내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선 후보의 경제안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또 하나의 덕목은 지역균형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이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가속화된 수도권 집중은 지방소멸과 부동산 폭등의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이 재앙을 치유할 방법은 지역균형개발을 통한 인구분산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 명쾌한 해결책이다.
끝으로 ‘호남에 대한 애정’을 꼽지 않을 수 없다. 5‧18 치유는 전두환 사망으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마지막 진실규명과 완전한 정신계승이 필수적이다. 과연 어느 후보가 이에 근접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다시 눈을 들어 눈덮인 무등을 바라보며, 강인한 시인의 시 ‘무등이여, 우리들의 꿈을’(1985년 발표) 한 구절 낭송해본다.
“어디에서 바라보아도/키가 큰 무등이여/가슴이 너른 무등이여/하찮은 우리네 목숨이 보듬고 궁그는/인간의 꿈을 안고/너훌너훌 춤추며 떠오를 해는/이 밤의 어디쯤 다가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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