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항구
맨 처음 그들이 왔을 때 그 바다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붉은 입술에 검은 얼굴, 그리고 두려움 가득한 눈빛
노예라는 형벌 아닌 형벌을 몸에 두르고
심장까지 검게 타버릴 어둠의 시간 속으로
그들은 끌려 왔다, 이곳 뉴욕 항에
그리고 한동안 창살 너머 바다만 바라보다
머나 먼 아프리카 땅 고향을 그리며
오가는 증기선에 허망한 꿈을 실어 보내고
장차 다가올 노동의 고통을 모른 채
푸른 해원을 향해 작별을 고했겠지
밤이면 우수수 쏟아지는 창공의 별들
어머니와 아버지, 형과 동생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마음속으로 날아드는 갈매기때
내일이면 미지의 땅 아메리카 어딘가로 팔려 가리니
사탕수수 깨물며 하얀 이 드러내고 웃으리니…
아, 역사의 아이러니여!
그 자리에 우뚝 선 또 하나의 이방인,
자유의 여신상
왜 하필 그 곳에서 횃불을 높이 들고 검은 발자국을 비추는 걸까
뉴욕 항구의 전설이 파도에 묻히고
역사는 흐르고 바다는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