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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다시 양동에서

다시 양동에서

 

40년 세월이 흘러간 유년의 보금자리
양동에 중년이 되어 돌아와 보니
울컥, 닫힌 대문 앞에 선 듯
길 잃은 새처럼 허허롭다
달빛 밟고 걸었던 좁디좁은 골목길
옹기종기 낮은 처마를 맞댄 기와집들
윙윙대던 제비표 국수집 기계소리
언덕 위 늙은 뽕나무
추억을 밝혀주던 그 풍경을
도로가 뚫고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가
허허롭다
별뜰 무렵까지 장사나간 어머니를
목빼고 기다렸던 비좁은 상하방
허기에 지쳐 잠든 아이의 꿈속에는
그래도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
동네를 휘젓고 다녔던 까까머리 아이들
어디론가 흘러간 무상한 세월이
모래처럼 가슴에 내려앉는 날
허허로운 마음을 다독여
다시
망향(望鄕)의 길을 찾아 나서매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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