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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6월 풍경 소묘

변두리 아파트에서 사는 소소한 즐거움

 

광주시내 아파트 숲에서 살다가 변두리 아파트로 이사 온 지 1.

가장 좋은 점은 도시와 농촌을 반반씩 버무린 창밖 풍경이 내 감성을 풋풋하게 적셔주는 것이다.

아파트 바로 가까이에 철길이 지나고 있어 수시로 열차 기적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영산강 강둑 아래 드넓게 펼쳐진 들판에 논들이 저마다 경계를 이루며 계절에 맞춰 채색을 달리한다.

요즘은 모내기를 마친 상태라 어린 모들이 연초록 빛깔로 드리워져 있다.

아직 보리를 베지 않은 논은 황금빛이 가득 차 있다.

강둑 너머에는 아파트 숲이 쑤욱쑤욱 키재기를 하고 있다.

저 멀리 듬직한 무등산이 우람한 어깨를 자랑하며 푸른 기운을 내뿜고 있다.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하늘에 어디론가 날아가는 비행기가 힘차게 솟구쳐 오른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면 도시의 한가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은 밤대로 좋다.

벼논에 물이 들면,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왜가리와 개구리 울음소리이다.

특히 고요한 한밤에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아득한 유년시절의 그리움을 불러온다.

회색빛보다 초록빛이 더 많이 채색된 변두리 아파트에서 작은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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