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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계묘년 새해 어등산에 올라

계묘년 새해 어등산에 올라

황룡강과 용진산의 기운을 가득 안고

"용처럼 승천해보자" 다짐

글·사진-박준수 시인

 

온통 은색으로 채색된 들판을 내려다보면서 겨울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느낀다 .

 

2023년 계묘년 새해 첫날, 광주 광산구의 으뜸산인 어등산을 등산하였다.

어등산은 정상(석봉 338m) 해발 높이는 낮지만 아흔아홉 계곡으로 불리울 만큼 산자락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여러 방면에서 오를 수 있다.

주요 등산로는 광주여대 뒤편, 보문고 뒤편, 호남대 축구장 뒤편, 송산유원지 입구 등 다양하다. 그동안 주로 광주여대 뒤편 등산로를 이용하였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송산유원지 입구에서 출발하였다.

이곳은 주차가 편리할 뿐 아니라 등산객이 붐비지 않아 나홀로 산행하기에는 제격이다.

반면 등산로가 좁고 능선이 다소 가파른 게 흠이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데크길 초입에 장승처럼 서 있는 여러 개의 등산로 안내도가 눈길을 끈다.

 

어등산 종합안내도를 읽어본다.

한말 호남의병의 얼이 깃든 어등산은 광산구를 상징하는 명산이다. 아흔아홉 골짜기가 있는 어등산에는 무수한 전설이 있으며,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지만 천운사, 보광사 등 크고 작은 사찰이 많아 불교의 영지로도 이름이 높았다. 어등산의 명칭은 조선시대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 광산현 서쪽 30리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어등산 명칭은 조선 중종 때 이미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고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는 뜻을 가진 어등산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많이 남아 있다. 등산의 초고봉인 석봉(338m)에 올라서면 북서쪽에서 동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황룡강과 광활하게 펼쳐진 산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적으로 장성, 나주, 함평을 잇는 어등산은 한말 호남의병의 주된 근거지이자 전투지였다.”

또 다른 안내판에 적힌 황룡강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황룡강은 옛날 용이 많이 살던 강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박산마을 박판관이 황룡강 가 연못가에서 기른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어등산의 유래, 전설이나 박산마을 앞 황룡강 깊은 소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용기재(龍起峙) 전설이 생겼다. 황룡강에는 이러한 용 전설이 많은데 박산마을 부근 송산유원지 천등보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장성군 황룡면 황룡리 용소에서 큰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호젓한 산길을 혼자서 걸으니 적적하면서도 소나무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

안내판 설명을 읽고 난 후 본격적으로 어등산 숲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일부 등산로는 눈으로 덮여 있어 한발 한발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집에서 나올 때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스틱으로 지탱하며 조심스럽게 10분 가량 오르다 보니 작은 봉우리가 나온다. 전망이 확 트여 있어 황룡강 강줄기와 용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물은 꽁꽁 얼어붙어 마치 유리판을 깔아놓은 듯 햇살을 반사하고 있다. 온통 흰색으로 채색된 들판을 내려다보면서 겨울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느낀다.

사진 몇 컷을 촬영하고 다시 석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호젓한 산길을 혼자서 걸으니 적적하면서도 소나무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얼마쯤 지나니 경사가 급격히 내리막이다. 눈길이라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은 게 다시 한번 후회된다. 어쩔 수 없이 되돌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발걸음을 돌려 하산을 하는데 저만치서 등산객 말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새해맞이 등산을 온 것 같다. 이들도 눈길이 위험하게 생각되었던지 정상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이젠이 없으면 위험하니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일러주었다.

계묘년 새해 첫날 산행은 황룡강과 용진산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서 내심 흡족했다. 비록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한마디로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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