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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23 제주여행 3박4일-

-2023 제주여행 34-

 

잊지 못할 아름다운 제주여행

 

제주도 표선면에 위치한 해비치리조트에서 바라본 제주해변 풍경

설 연휴 직후 제주에서 보낸 34일 여행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내 친구모임 이삭회에서 마련한 이번 여행은 다섯 부부 10명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문화를 탐방하고 즐거운 대화와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돈독한 우정을 쌓은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저에게 이번 여행은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자연과 원시성, 숨은 비경을 새롭게 발견하고,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온 제주도 사람들의 억척스러움과 애환을 느껴볼 수 있어서 더욱 인상 깊은 여정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 여정을 따라 기억을 더듬어보고자 합니다.

 

<125일 첫날>

티웨이 항공으로 제주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유레카 렌터카를 빌려 타고 이동, 명물식당에서 늦은 점심(갈치조림)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후 식당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일대가 예전에 제주목관아, 관덕정이 있었다고 쓰여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표선면 소재 해비치 리조트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주변 바닷가와 민속마을 돌담길을 산책했습니다. 바닷바람이 차가웠으나 해변공원 야경이 이국적인 느낌과 설레임을 안겨주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 첫날은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매실주와 사과주, 맥주가 곁들인 돼지삼겹살 파티로 화기애애한 첫날 밤을 보냈습니다.

<126 둘째날>

아침 거실에 비추는 햇살이 맑고 투명했습니다. 어둠에 잠긴 풍경이 햇살에 제 모습을 드러내자 야자수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마치 하와이에 온 듯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했습니다.

화순곶자왈은 처음 방문이었는데 제주의 살아있는 생태숲을 접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돌무더기에 자생하는 이끼식물들은 왠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줍니다. 숲속 군데군데 일제 가 파놓은 참호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어서 가슴이 아립니다.

송악산 둘레길은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까이 보이는 산방산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그림처럼 아름답게 떠있고, 잔잔한 바다가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었습니다.

점심때 수눌음식당에서 고등어·방어회와 더불어 마신 땅콩막걸리는 달콤하면서도 취기를 돋워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켰습니다.

산방산 탄산온천은 색다른 겨울철 낭만을 느끼게 했습니다. 겨울 온천은 뭐니뭐니해도 노천욕인데 오랜만에 그 묘미를 만끽했습니다.

 

<127일 셋째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실 창밖에 함박눈이 탐스럽게 내리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해비치 리조트 옆 제주민속촌에서 제주도의 전통가옥과 생활풍습을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전통가옥을 살펴보면서 낮은 지붕, 비좁은 방, 굴속같은 부엌에서 어떻게 생활했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이 안쓰럽기까지 했어요. 바람많고 추운겨울에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밥짓는 아궁이와 방 덥히는 아궁이가 따로 인 것도 특이했어요.

관람 중에 거세게 눈발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돌집식당에서 밥도둑정식, 갈치조림, 흑돼지 두루치기 정식을 맛있게 먹은 후 다랑쉬오름에 올랐습니다.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울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습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면 사방으로 높고 낮은 오름들이 보이고 아기자기하게 경계를 이루는 유채밭이 한 겨울에도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움푹 패인 분화구에서 원시적인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숙소인 한화리조트로 가는데 눈발이 거세게 휘몰아쳐 앞이 안보일 정도였습니다. 살얼음을 걷듯이 조심스레 가는데 언덕길에서 그만 오르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경찰과 제설차가 있어서 도움을 받아 눈길을 헤쳐나와 숙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판을 벌인 월남뽕화투놀이도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128일 마지막날>

날이 밝았는데 밖은 여전히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눈 세상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나 동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화리조트 부근 제주4·3항쟁 기념관을 관람하였습니다. 4·3항쟁은 해방공간에서 미·소냉전과 좌·우 이념대립속에 발생한 민족사의 엄청난 비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순사건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였지요. 그 역사의 소용돌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함덕해수욕장 해변에서 마지막 여정을 보냈습니다. 바닷가 델문도 카페에서 옥색바다를 바라보며 34일간 함께 한 시간들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았습니다.

마지막 점심은 용두암 엄마해장국집에서 전복스지탕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티웨이 항공으로 제주를 출발해 무사히 광주에 돌아와 다시 일상 속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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