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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3)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3)

우리는 도시 골목을 벗어나 흑림(black forest)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가 탄생한 장소로 유명한 흑림은
빽빽한 침엽수림 지대로 대낮에도 짙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컴컴한 밤중 같았다
그녀는 보디가드답게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사방을 훑어보았다
수상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무들 사이로 어스름히 비추는 햇살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는 것처럼 평화로웠다
그리고 가을산의 정취와 아늑함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굽이굽이 숲속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가 외딴 마을 프라이암트에 다다랗다
그녀는 마을 입구에 작은 교회를 닮은 아담한 흰색 건물로 나를 안내했다
나무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자 거기에는 여자 성주(mayor)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마을의 역사와 주민생활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건물을 나와 우리는 마을 안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오래된 빵집을 발견하곤 허기도 채우고 구경도 할 겸 차에서 내렸다
그 곳은 제빵 장인 멜러트(Mellert)씨의 가게였다
시골이라 가게 내부는 소박하고 손님도 별로 없었다
멜러트씨는 이방인의 출현에 다소 놀라워 하면서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한 동안 말없이 우리를 지켜보던 그는 외국인의 방문에 고무된 듯 가게의 역사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곳은 1567년부터 물레방아를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밀을 빻아 빵을 굽고 있어요.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빵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