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7)
도시에서 있었던 일들을 테이프 되감듯이 더듬어보는 사이에 어느덧
시간이 흘렀던지 그녀가 방문을 노크했다.
새벽 기차를 타러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바라보았으나 시내 거리는 아직 어둠 속에 고요히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미리 정리해둔 슈트케이스를 끌고 그녀와 함께
기차역으로 향했다.
비록 사흘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도시와 정이 들었던지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호텔과 기차역과의 거리는 걸어서 고작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플랫폼에 잠시 기다리니 곧 기차가 다가와 멈춰 섰다.
그녀와 나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 머리에 그린 베레모 모자를 쓴 그녀가 귀여운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도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녀는 “이 기차가 국경을 넘어갈 때 군인들이 총을 들고 올라와 신원 확인을 할 수 있으니
여권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가급적 군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기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시를 벗어나자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목축을 위한 초원이 구릉을 따라 근사한 풍경을 만들었다. 초원에는 젖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간혹 시냇물이 흘러가는 장면과 성당과 몇 개의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그리고 키 큰 나무들이 수채화를 보는 듯 했다. 한무더기 해바라기 밭은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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