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8)
열차가 독일 국경을 넘어 프랑스 영토로 진입했다.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분단국가에 살아온 나는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금강산관광을 위해 유람선을 타고 국경을 넘었던 적이 있다. 강원도 고성항에서 배가 출항해 밤 사이 공해상에서 머물렀다가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북한 땅에 내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열차가 국경을 넘자 검정 베레모를 쓴 여러 명의 군인들이 총을 든 채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점점 다가오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그녀가 일러준 대로 군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차창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군인 한 명이 내게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그에게 여권을 건네주며 ‘혹시나 무슨 일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그는 슬쩍 한번 훑어보더니 여권을 내게 돌려주고 서둘러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이를 지켜본 그녀가 마른 입술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영토의 풍경은 독일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독일 풍경이 자연적이고 야생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반면 프랑스는 인공적이면서 예쁘다는 인상을 주었다. 아마도 문화적인 차이가 풍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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