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10)
그녀의 집은 ‘스튜디오’라 불리우는 일종의 원룸이었다. 파리의 주택들은 대부분 주상복합건물이다. 1층은 상가나 사무실로 사용하고 2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쓰인다. 그녀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튼이 닫힌 거실과 방이 주인을 반겼다. 실내에 있는 물건이라고는 침대와 옷장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오랜 여행으로 몸이 땀에 젖었는지 샤워를 하고 싶다며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불편해할까봐 창가 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젖히고 창밖 풍경을 살펴보았다. 맞은편 건물 창가에 붉은 색 꽃이 핀 화분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건물 벽 사이로 철길이 보이고 공동묘지가 절반쯤 보였다. 때때로 기차들이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긴 꼬리를 끌고 지나갔다. 나는 묘비가 줄지어 늘어선 공동묘지를 보다가 “공동묘지 옆에 살면 나중에 잘 산다는.....”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의 말처럼 “과연 망자들이 어떤 축복이라도 내려주는 것일까?”
아니면 “건물주인들이 공동묘지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일부러 지어낸 것일까?”
연유야 어떻든 그런 믿음대로 그녀가 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외부풍경에 몰입해 있는 사이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젖은 몸을 타월로 감싼 채 나왔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시내 구경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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