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13)
우리는 마레지구에서의 허전함을 뒤로 하고 시내 명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녀는 소르본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때문인지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나 미술관 관람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 파리에 머무를 때 그녀와 퐁피두센터를 두 번이나 간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오르세미술관으로 안내했다. 때마침 인상파 화가들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입장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20여 분 기다린 끝에 전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오르세 미술관은 과거 기차역이었다. 역으로서 기능을 잃게 되자 미술관으로 개조해 건물을 보존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기차역이었기 때문에 내부구조는 여느 미술관과는 사뭇 다르다. 실내체육관처럼 천정 높이까지 홀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사방이 개방되어 있다. 전시공간은 주로 벽면을 향해 배열되어 있고 가운데 홀에도 칸막이를 설치해 전시공간과 휴게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전시장 곳곳에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우리는 1층부터 3층까지 동선을 따라서 작품을 관람했다. 1층은 대체로 작은 사이즈 그림들이 걸려 있고, 2~3층은 사이즈가 큰 대작들이 많았다. 국내에서는 이처럼 큰 작품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파리에서 직접 대작들을 접하니 느낌이 남달랐다. 2시간 동안 그림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지루하기도 하고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2층 홀에 내려와 휴게실에서 잠시 그녀와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가 문득 오르세 미술관에 온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그녀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근무복을 입은 여자 경비원이 사진촬영을 한 것에 대해 경고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나는 순간 몸이 움찔하면서 사방의 시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 촬영 금지’ 경고문이 미술작품에만 국한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따가운 시선을 피해 1층 서점으로 이동해 책들을 구경하다가 오르세 미술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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