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가을 축제 속으로

가을 축제 속으로
미디어사업국장

소시민의 따뜻한 이야기 지역축제 장소성이 중요


입력날짜 : 2013. 10.29. 00:00

우리를 가을의 길목으로 이끈 10월도 어느 새 끝자락에 와 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무등산 억새는 은빛 장관을 이루고, 나뭇잎들은 여름내내 머금었던 태양빛을 울긋불긋 내뿜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듯 필자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2년간 시시각각 밀려드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에게 ‘오늘의 세상’을 바르게 전달하는 편집국 책임자에서 물러나 이제는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마케팅 기획자로 변신하게 됐다.

자리를 옮기면서 나의 글방을 차렸다. 이름하여 ‘세상&희망’. 그동안 한달에 한번 ‘편집국에서’라는 칼럼을 통해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필자의 주장과 견해를 드러냈다. 쟁점이 되는 사안을 주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논평하다 보니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긴장을 자아내는 문장을 구사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상&희망’에서는 일상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바를 유유자적 붓가는 대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일상적 주제를 진솔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세상&희망’이라는 타이틀처럼 세상속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을 삼가 부탁드린다.

각설하고, 다시 말머리를 가을이야기로 돌려본다. 가을은 어쩌면 ‘초대의 계절’인 것 같다. 10월 들어서만 날아든 초대장이 책상위에 수북하다. 누가 왜 나를 초대하는 걸까. 궁금해서 펼쳐보면 더러 지인들의 자녀결혼 청첩장도 있으나, 대부분은 각 지자체나 예술단체에서 벌이는 각종 축제나 문화행사에의 초대이다.

행사 프로그램을 보면 한결같이 다채롭고 흥미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지자체 축제인 경우 지역의 특산물이나 역사인물, 역사유적, 자연환경 등 고유한 향토자원에 매력적인 요소를 가미해 외지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지역생산물을 판촉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축제열풍은 지난 1995년 민선 단체장시대를 맞아 지방경영의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본격화돼 지금은 전국 어디에나 연례행사로 열리고 있다.

우리지역에도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축제들이 적지않다. 대표적으로는 함평 나비축제와 영암왕인문화축제, 강진청자축제, 보성 녹차밭축제, 담양 대나무 축제 등 수두룩하다.

이들 지역축제들이 초기에는 단체장의 업적과시나 지역주민과 괴리된 관주도 행사라는 비판적 시각도 많았으나 연륜이 깊어지면서 점차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동체의식을 북돋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주말 전주에 갔다가 때마침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전주비빔밥 축제를 구경할 수 있었다. 전주의 전통음식인 비빔밥을 소재로 개발된 다양한 메뉴와 궁중음식, 비빔밥 시식, 전주음식 장인 맥잇기 등 메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음악공연 등 부대행사가 한옥마을의 공간속에 잘 어우러져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간 전주한옥 마을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갖는다.

생각컨대 그 새로움을 발산시키는 원동력은 장소성에서 비롯된다. 한옥마을 일대에는 유서깊은 역사적 장소가 밀집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조선왕조의 역대 임금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비롯 조선시대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 윤지충 등을 기리기 위해 1914년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 그리고 소설 ‘혼불’의 작가인 최명희 문학관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 연중 방문객이 북적댄다.

이러한 흡인력 있는 장소성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기획력이 장소마케팅의 강력한 힘이자 성공요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지역의 축제도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소적 매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그럴듯한 네이밍(제목)과 대중적인 프로그램만으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축제의 의미와 즐거움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장소성에 대한 풍부한 해석과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가을 그윽한 국화향기와 오색단풍이 우리를 남도의 축제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그 속에 깃든 역사적, 인문학적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엮어내는 참신한 발상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