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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점집이 붐비는 이유

요즘 점집이나 철학관이 불난 호떡집처럼 붐빈다고 한다. 입시철에다 내년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일지 혹은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애간장이 타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오늘날과 같은 최첨단 정보화시대에 미신으로 치부되는 이런 업종이 호황을 누린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극도의 불안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점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운명을 미리 엿보고자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점술가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이란 태생적으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초능력자(점술가)에게 의지하는 나약한 존재이다.

최근 몇 년 새 광주시내 구도심을 중심으로 점집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과거 ‘기타집’이라 불리는 골목들이 점집의 새로운 벨트를 형성해가고 있다. 양동 닭전머리, 월산동 일대와 말바우시장 인근 술집들이 점술가들의 타운으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 홍등가이었던 이곳이 점집촌으로 탈바꿈한데 대해 실태조사를 해보지 않아 정확한 형성배경은 알 수 없으나 연관성은 추정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업종전환설이다. 젊은 시절 그곳에 종사했던 아낙이 나이가 들고 영업규제가 심하자 유흥업에서 점집으로 업종전환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또 하나는 입지론이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점집으로서 공간이 적당해 하나 둘 개업하면서 집단화됐다는 것이다.

두 가지 설 모두 그럴 듯 해보이기는 하나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점집이 번창한 배경에는 현대사회의 복잡성이 빚어낸 현상으로 분석한 사람도 있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신내림(降神)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 결과라는 것이다.

이상 여러 가지 설을 종합해볼 때 점집이 우후죽순 생겨난 원인은 수요와 공급 사이드에서 모두 팽창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리고 그 본질은 현대사회의 복잡성으로 인해 첨단 과학기술의 힘으로도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게 되자 인류의 오랜 관습인 점술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하는 원초적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점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봐왔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이나 이사, 혼인, 승진 등이 그러한 예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오늘날에는 사업운세를 점쳐보는 경우가 많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입찰을 앞두고 종종 점을 본다고 한다. 컴퓨터로도 낙찰가를 추정해보지만 운세가 어떠한 지에 더욱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또 주택건설사는 좋은 아파트 터를 잡기 위해 점술가에게 입지나 방위를 묻는다.

티벳 고산지대 에베레스트 등산로 입구에는 노파 무당이 있어 등산객의 안녕을 기원해주는데 이것만으로도 등반객들은 큰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선거 출마자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변수가 도사린 안갯속 선거판을 정확히 꿰뚫어볼 전지전능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신통한 얘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다.

시중에 회자되는 선거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꽤 많은 편이다. 현직 모 단체장은 양산 어느 사찰의 스님이 “당신의 때가 왔다, 당선이 확실하다”는 말을 듣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을 지낸 모 후보는 여러 군데서 점을 본 결과 모두 당선할 거라고 예언했는데 선거 결과는 낙선이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러한 점술문화를 문화콘텐츠로 육성하자는 주장도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랜 문화원형인 샤머니즘을 계승·발전시키자는 발상인 것 같다. 실제로 대구에선 매년 4, 5월에 팔공산 선왕굿 축제를 열고 작두타는 모습, 모듬북과 판굿공연 등 강신무들의 산신제를 선보여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점은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과학적 방법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 의사과학에 속한다. 재미로 본다고 해도 막상 나쁜 말을 들으면 신경이 쓰이고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점괘와 연관시켜 생각하기 십상이다.

나는 아직까지 점을 본 적이 없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만큼 확실한 해법은 없다. 그리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의 자세로 결과를 기다린다. 설사 지금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다음 기회에선 반드시 이뤄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