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어느 날 거울 속에 아버지가 보였다
깜짝 놀라서 자세히 보니 내 모습이었다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는데
어느새 아버지의 초상(肖像)이 되어 있었다
적적한 마음에 노래를 불렀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구성진 가락을 따라부르고 있었다
식탁에서 내 젓가락이 자주 가는 반찬들은
생전에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것들이다
오늘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의 빈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거울은 말없이 비춰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