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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가을산

가을산

 

허물을 벗어버린 여름의 산등성이 너머로

붉은 혀들이 날름거리는 숲이

깊은 골짜기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무덤들이 둥둥 떠다니고

묘비에는 지워지지 않는 이름들이

흉터처럼 남아

이승의 사연을 상형문자에 감추고 있다

지상의 축제가 끝난 침묵의 시간

감나무 가지 끝 허공은 푸르러

길은 자취를 감추고

저수지의 고요한 물결

흐르지 않는 관성이

해탈한 스님의 마음처럼 無量한데

빈 밭에 쭉정이같은 내 마음

낙엽인양 이리저리 구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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