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그리움을 향해 몸을 누인다
강물이 말없이 흘렀던 것은 아니다
삼백리 남도길을 그냥 내달렸던 것은 아니다
담양 추월산에서 목포 하구언까지
굽이굽이 땀방울이 맺히고 피눈물이 고이고
진양조 여울장단이 아프게 아프게 스며든
목매임의 속울음이 흐른 것이다
새벽 물안개가 산허리까지 감기는
겨울 여울목에서
이방의 새떼들이 푸드득 동천(冬天)을 가르며
사라질 때
하얀 눈발이 옛 추억처럼 시린 가슴에 파고들어
그리움으로 젖어들 때
갈대 사이로 침잠하는 노을을 바라볼 때
강심(江心) 깊이 흐르는 시간은
아득한 수 만년의 역사
물굽이 거슬러 거슬러 가는 곳이 어디랴
강물도 탯자리가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까
억겁의 세월을 바쳐 저 만치 다가간 유년의 제단
강물은 그리움을 향해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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