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문득 눈 내리는 날

 

 

문득 눈 내린 날

들판의 길은 저물고 태고의 시간이 반짝거렸다

어머니의 기별처럼

먼데서 들려오는 기적소리

바람은 소소히 갈대숲에 깃든 전설을 낭독하고

기차가 그 사이로 지나갈 때

포플러 한 그루

길손처럼 손을 흔들어 주었다

눈이 한 점 한 점

스쳐지나간 것들의 기억을 붙잡고

내 마음 갈피에 시나브로 퇴적된 시간

그리고 아주 오랜 뒤

화석처럼 깊은 골목에도 눈이 내리고

나는 돌아와

낡은 집의 등불을 켜고 시집을 읽었다.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0) 2014.06.05
회상  (0) 2014.05.30
강물은 그리움을 향해 몸을 누인다  (0) 2013.12.22
눈 덮인 세상  (0) 2013.12.04
가을산  (0) 2013.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