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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명절과 정치마케팅

 

설명절과 정치마케팅
6·4지방선거 민심 어디로 향하나 자기PR보다 민심 제대로 읽어야


입력날짜 : 2014. 01.28. 00:00

미디어사업국장
갑오년 청마의 해가 첫발을 떼는 음력 설이 문앞에 다가와 있다. 민족 대명절답게 평소 한산하던 전통시장에도 제수용품을 장만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기차역과 터미널에는 귀성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늘 반복되는 명절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흩어진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기대감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나이만큼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변화를 느끼는 감회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이번 설은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깊은 사색에 잠길 것 같다. 바로 6·4지방선거라는 큰 정치마당이 우리 호남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하는 화두가 놓여진 까닭이다.

명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한바탕 신명을 돋우는 축제마당이다. 선거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인물과 정책(공약)이 흥행을 이루는 요소라는 점이 다를 뿐. 이런 유사성 때문에 대목 시장에 적용되는 마케팅기법이 선거에 활용된 지 오래이다. 각 후보캠프마다 필승전략을 세우는데 바탕에는 마케팅이론이 깔려 있다.

마케팅의 기본툴(tool)은 S-T-P(시장세분화-목표설정-포지셔닝)이다. 즉, 기업이 자신의 능력에 맞춰 공략하기 쉬운 시장을 찾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이다. 이를 선거운동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정치마케팅이며, 그 중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왜냐하면 유권자는 각 후보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한 후 가장 끌리는 인물에게 표를 던지기 때문에 상대방보다 비교우위 요소를 어떻게 부각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실제 우리지역 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는 대학원에서 배운 마케팅지식을 활용, 이미지 차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활동상을 동영상에 담아 SNS를 이용해 지인과 유권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존재를 각인시키고 독특한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안철수 신당(가칭 새정치신당)의 등장으로 어느 선거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변수가 많아 정치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지만 선거는 그렇지 않다. 상대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당선을 거머쥘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후보자들이 정작 중요한 유권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데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학력과 경력이 화려한 후보일수록 자기 확신이 넘쳐나 유권자의 마음속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하기 십상이다. 인물론이 잘 먹히지 않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후보자가 생각하는 기준과 유권자가 판단하는 기준이 불일치하는데 기인한다. 심지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여론조사 결과마저 부정하고 자기만의 당선공식을 푸느라 헛다리를 짚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표심을 파악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크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선거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응답자의 심리나 행태, 설문문구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갤럽도 “여론조사는 선거결과의 예측이 아닌 단순한 스냅사진이다.”라고 말 한 바 있다.

여론조사의 예측력은 표본이 얼마나 모집단의 대표성을 갖도록 추출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주로 사용되는 유선전화의 RDD방식은 대표성에서 많은 오류가 드러나고 있어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시간과 비용 제약때문에 다른 조사방식을 쓸 수도 없어 난감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정치마케팅에서 갑(甲)은 유권자이다. 그러나 선택은 순간이고 유효기간은 4년이어서 내가 뽑은 후보가 얼마나 기대에 부응해 줄 지 딜레마이다. 정치마케팅에서도 기대-만족 불일치 현상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설 명절은 유권자들이 지역일꾼을 제대로 골라 4년간 갑(甲)행세를 할 수 있는 신중한 탐색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번 만큼은 뽑고나서 후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