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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 유후인(湯布院)의 마을 만들기

일본 유후인(湯布院)의 마을 만들기
주민 주도 마을 만들기 성공사례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에 시사점


입력날짜 : 2014. 02.24. 19:13

미디어사업국장
지난 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북큐슈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 무안공항에서 기타큐슈로 가는 전세기가 취항해 편리한데다 엔화 약세로 비용도 저렴해 봄 방학중인 중2 아들과 함께 열도의 겨울정취를 느껴보았다. 여행코스는 후쿠오카-구마모토-아소산-유후인-벳부 등 유명온천 관광지를 중심으로 짜여졌지만, 마치 수학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겨울철이라 설경 외에 색다른 볼거리가 없기도 하거니와 대부분 가족단위 관광객이어서 사원과 역사유적, 화산체험 등 견학위주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때문이다.

하지만 장소마케팅에 관심을 가진 필자에겐 나름 의미있는 현장체험이었다.

그동안 논문에서만 읽었던 일본의 대표적인 마을만들기 성공사례인 유후인(湯布院)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휴인은 큐슈 오이타현 중앙에 위치하며 온천산업으로 유명한 벳부시에 인접한 농촌마을이다. 정부의 시정촌(市町村) 합병정책에 따라 현재는 3만5천명이 거주하는 시(市)이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1만2천명의 작은 정(町)이었다.

1960년대부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만들기에 나선 결과 지금은 색깔있는 관광지로 확고한 위상을 굳히고 있다. 그 출발점은 벳부와 대비되는 청정이미지와 도농간 교류 프로그램으로 집약된다. 해발 1천700미터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밑천으로 활용, 향락형 온천과는 다른 보양온천지역으로 차별화했다. 또한 반딧불이를 잡아 도시에 놓아줌으로써 청정지역임을 홍보하고 ‘소 한마리 목장운동’을 통해 전국에 농업관광의 모델을 제시했다. 1970년대에는 음악제와 영화제를 개최해 문화를 매개로 독특한 지역이미지를 만들어 도시인들을 끌어 모았다.

마을에 들어서자 좁은 골목길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럽풍 기념품 가게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광객들은 금방이라도 동화 속 주인공들이 나타날 것 같은 난장이 마을을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마을 안쪽에 접어들면 킨린꼬(金鱗湖)라는 제법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는데 유후다케 산을 배경으로 마치 ‘이발소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 나온 동네 할아버지가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등 친절을 베푸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특히 호수 주변에는 오래 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한 온천탕이 남아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마을 곳곳에 갤러리와 도예공방이 있어 다양한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다. 마르코 샤갈의 원작 그림이 전시돼 있는 샤갈 미술관이 있는가 하면 마을 도예가가 직접 빚은 도예공방, 심지어 오래된 자동차를 모아놓은 자동차박물관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마을만들기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는 주민간 이해충돌과 갈등이다. 유후인도 보양온천 지정과정에서 업주들 사이에 이해가 엇갈렸으나 청정한 지역이미지를 지키는데 뜻을 같이해 풀어냈다. 또한 가게끼리 손님 유치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상품을 취급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역활성화 전략의 지속성 여부는 내부의 권력구조와 지도력에 달려있다. 유후인 지역진흥운동은 초기에 이와오 정장(町長)의 강한 지도력에 바탕을 두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민의 주체적인 힘으로 추진되었다. 주민이 주체가 되고 행정이 뒷받침해온 전형적인 주민과 행정간의 협조체제에 의한 지역진흥운동이다.

유후인 뿐 아니라 북큐슈 대부분의 관광지 마을은 소득창출과 지역활성화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지고 마을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벳부의 가마도 지옥온천의 경우 입김으로 온천의 연기를 일으키는 장면을 연출해 볼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마을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온천연기를 이미지화하는 사업을 벌여 차별화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 농촌지역 활성화 사례는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사업의 특징은 지역실정을 잘 아는 주민과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상향식으로 진행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특성을 어떻게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에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과제를 놓고 주민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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