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기루’는 사라진 걸까
미디어사업국장 지역 정치지형에 어떻게 작용할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정책대결 기대
입력날짜 : 2014. 03.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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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척박한 호남 땅에 안철수의 새싹이 돋아나 희망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길 기대한 거였는데 말이다. 현실정치의 높은 벽 앞에 가로막혀 안철수 신기루는 사라진 걸까. 지금 저자거리엔 안철수 행보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새 정치가 헌 정치가 됐다”,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이다” 등등. 긍정과 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대항마로서 호남 정치지형 변화에 촉매제가 되길 바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선언으로 안철수의 색깔과 정체성은 희석돼버렸고, 생존방식을 고민하는 근본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안철수현상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냉정한 자기진단을 거쳐 이상과 현실 사이의 방황을 끝내고 정확한 항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5대5의 지분 분할에서 새로운 추진동력을 이끌어 내고 이를 발판으로 더 높은 고지를 향할 수 있지 않을까.
민주당에게도 약이 될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새로운 세력의 순환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 대 민주당의 통합효과가 광주·전남에 어떻게 작용할까. 크게 3가지 효과가 예상된다.
첫째는 조직과 바람의 대결구도가 인물과 정책 대결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당 후보가 한 지붕 아래 모임으로써 공천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대결양상 또한 조직과 바람에서 인물과 정책 대결로 바뀔 것이다. 특히 광역단체장의 경우 현역 프리미엄이 대폭 줄어들고 새로운 룰에 따른 선거전략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거캠페인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는 상황이다. 종전에는 민주당 후보가 되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했고, 그에 따라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경선에 집중하면 됐으나 현재는 전체 유권자에게 지지를 얻는 게 필요해졌다.
둘째, 양당이 기초공천제 폐지를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기초단체장 후보의 난립이 예상돼 현역이 전체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다른 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세력을 결집할 경우 오히려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후보자들이 당 및 계파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 분명해 현역이 불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지방의회 구성의 다양화가 실현될 것이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민주당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장악한 상태에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미흡했으나 앞으로는 의원들의 출신성분이 다양해져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특히 기초의회의 경우 정당공천제 폐지로 광역의회보다 한층 폭넓은 인적 구성을 통해 생활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제 과제는 이러한 통합의 효과가 어떻게 지역발전에 연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나타날 호남의 정치 리더십에 대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지역발전,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로 수렴돼야 한다.
이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광역단체장 선거가 당 중심에서 인물중심, 정책중심으로 전개될 경우 보다 철저한 공약검증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선거과정에서 지역발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선거가 지역 대결구도 프레임에 갇혀 지나치게 권력투쟁으로 치달은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와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수요자 중심의 생산적인 과정이 돼야 한다.
지난 1992년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은 당시 아버지 부시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라는 슬로건으로 승리를 거둬 유명세를 탔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후보자들의 불꽃 튀는 공약 대결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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